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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보세요.
  → 이 두마리 때문에 이나라는 100년은 후퇴했다.
  글쓴이 : 독고외비,    등록일 : 2019-01-13,    조회 : 0


 

ㅋㅋㅋ

 

잘 봐두고, 잘 기억 하거라.

 

 

 

저 잃어버린 10년만 되 돌릴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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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없는 진영논리
고 세 훈 (고려대 명예교수)

   전 영국 총리 대처는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들면 그 여백에 ‘wet’ 혹은 ‘too wet’라고 붉은 펜으로 휘갈김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해진다. ‘우리/그들’의 이분법에 철저했던 그녀의 ‘진영’정치는 보수당 바깥뿐 아니라 안쪽을 향해서도 가차 없이 날을 세웠으니, 시장주의를 최대한 옹호하는 쪽을 강경파(dries), 전통적 온정주의를 지지하는 편을 온건파(wets)로 가르는 보수당 내부의 관행이 그 시절로부터 비롯되었다. 임기 말 즈음엔 온건파로 ‘낙인’찍힌 측근들은 모두 대처를 떠났고-1기 내각의 각료는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그녀는 유권자선택 아닌 당내반발에 의해 현직을 물러난 최초의 영국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실로 대처는 영국의 왕성한 ‘진영’정치의 한 전범을 표상하거니와, 오늘날에도 그녀는 신념과 소신의 정치를 말할 때 늘 맨 앞자리에 소환되는 정치인이다. 주목할 점은 대처처럼 진영을 고집하든 그녀 측근들처럼 진영을 옮아가든, 영국정치에서 그 계기는 거의 언제나 이념과 정책에 연결된 선명한 쟁점들, 대체로 시장/국가, 규제/탈규제, 국유화/민영화, 노동운동, 복지국가, 법과 질서의 정치 등을 위요한 입장의 공유 내지 갈림이었다는 것이다.

진영의 정치는 불가피하다

   왕왕 진영이 정치인의 이름으로 특정될 때조차, 그것은 인간/세계/역사관에 관련된 거대담론을 공감하는 정치인, 지식인들의 느슨한 연대였고, 거기에 사적 친소나 개인적 이해관계가 틈입할 여지는 애초에 없다. 가령 전후 영국정치에서 벤(Benn)추종자, 대처주의자, 블레어(Blair) 지지자는 각각 전통적 사민주의, 신자유주의, 제3의 길의 노선을 표방하는 진영을 지칭하는 조어다. (한국 실정과 견주는 일은 서로가 민망하니 삼가기로 한다)

   인간사회가 여러 종류/수준의 갈등들로 얽혀있는 한, 갈등의 평화적 조정/교정을 본령으로 삼는 정치에서 진영을 가르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은 진영 없으면 정치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정치란 특정의 가치나 정치적 쟁점을 두고 때론 보수/진보, 때론 강/온으로 나뉘는, 다양한 층위의 진영 간 다툼 아니던가.

   정치선진국들이 이념에 따라 배열된 정당들의 체제를 만들고 당내 민주주의 중심의 정당조직을 정비해 온 것도 진영의 전열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가다듬기 위함일 터이다. 정당이란 저마다의 이념, 가치, 정책, 조직이 유기적으로 직조된 피륙(fabric) 같은 것이어서, 당헌에 명시된 이념적 목표에서 중장기 정책프로그램이 기원하고 후자로부터 다시 단기적 정책공약이 작성되며, 동시에 그 모든 단계는 당의 엄정한 민주적 조직 원리를 통과하는 것이 상례다. 양보와 타협의 금도(襟度) 정치가 가능한 것은 먼저 정치진영이 제대로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진영이 부실하면 진영논리가 판친다

   그런 진영이 도덕적 열정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 진영의 내용이 공허해서 정당과 정치인 등 정치행위자를 구속하는 이념체계나 제도적 장치가 부실하거나 부재하다면, 첨예한 개인적 단기적 이해관계의 공학적 셈법과 거기에 맞물린 각종 사적 연줄이 정치행태를 규정하는, 기회주의적 진영논리만이 판칠 것은 자명하다. 그때 과거의 청산도 미래를 위한 개혁도 안정된 정당성과 설득력을 담보해 낼 수 없을 터인데, 가령 적폐청산이란 개혁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 같은 것이되, 문제는 청산의 범위와 완급을 따지는 숙의과정은 얼마나 합리적이며 적폐가 물러간 그 자리에 들어설 적극적 가치와 그것을 구현할 장치는 준비되었냐는 것이다.

   정치가 요행과 편의에 기댄 이합집산으로 분주해 온 풍토에서 개혁을 위한 동력이 갑자기 솟아날 리 만무하니, 제어 안 된 진영논리가 방치될 때, 권력 자체가 목적이 돼서 공익, 공공성, 공동체 등 진보적 가치를 앞세운 명분들이 하찮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마침내 진영마저 거추장스런 개념이 되는 지경에 이르면 도덕성은 어느새 무관한 것이 돼 있기 십상이다.

   단테는 『신곡』 지옥편 첫머리에, 지옥마저 오염될까 두려워 내친 자들이 (말벌들이 들러붙어 만신창이가 된 몸뚱이로) 하염없이 내달리는 깃발을 다투어 뒤쫓는 장면을 배치했다. 신(神)은 진영논리에 매여 평생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해온-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이들을 무엇보다 경멸한다는 경고일 텐데, 단테가 이들이 받아야 할 마땅한 형벌로서 죽어서라도 명료한 입장(진영)을 향해 내쳐 달리도록 처분을 내린 것이, 그저 우연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사족 하나. 어쩌면 영국정치가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도 그나마 세상이 부러워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온 데는 진영논리를 거부하며 정치문화의 자존심을 묵묵히 견인했던 두터운 지식인층이 저변에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한국정치의 문제는 “둔세무민(遁世無憫)”(『주역』)의 강단 있는 지식계층이 얇거나 부실해서, 속내가 뻔한 과시적 말장난으로 공허한 훈수를 일삼거나 느닷없는 음모론으로 혹세무민을 서슴지 않는 가짜들만이 판친다는 데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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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고 세 훈
· 고려대 명예교수

· 저서
〈조지 오웰: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 (한길사, 2012)
〈영국정치와 국가복지〉 (집문당, 2011)
〈복지국가의 이해:이론과 사례〉(고려대 출판, 2000)
〈복지한국 미래는 있는가〉 (후마니타스, 2009)
〈국가와 복지〉 (아연출판사, 2003)
〈영국노동당사〉 (나남, 1999)

· 역서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발흥〉 (한길사, 2015)
〈존 메이너드 케인스〉 (후마니타스, 2009)
〈페이비언 사회주의〉 (아카넷, 2006)